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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도하는 작은 공간

이 곳은 예배를 드리기 위한 공간보다는 혼자 또는 아주 작은 인원이 조용히 기도를 하기 위한 공간이다.

입구에서부터 산책하듯이 느린 걸음으로 25분 정도 걸어가다보면 아담한 돌벽으로 둘러싸인 작은 건물이 보인다
낮은 경사길을 올라가 도착한 채플을 보호하듯 산들이 주변을 감싸안고 있으며 나무들, 풀, 돌들 사이로 아주 작지만 물소리도 들을 수가 있다.
낮은 경사 중턱에서 주변을 둘러보노라면 아버지의 품 안에 안겨 있는 듯 편안하기까지 하다.

독실한 기독교 신자인 건축주는 예배를 보는 목적이 아닌 소수의 인원이 너무 길지 않은 시간 동안 기도를 하거나 묵상을 할 수 있는 건축물을 의뢰하고 싶어 했다.

설계의 가장 큰 고민은 하나님의 존재를 별도의 장치 없이 하나님의 존재를 전달하는 것이었다.
하나님은 곧 빛이다.
우리는 빛이 있기 때문에 사물을 눈으로 볼 수 있다. 그런데 빛의 존재는 어둠이 있기에 우리가 인지할 수 있는 것이다.
이러한 점에 착안해서 빛에 대한 고민과 소리에 대한 고민들 즉 자연의 현상을 통해 하나님의 존재를 공간에 표현하고자 했다.

채플 외부 벽에 만들어진 십자가는 기도실 안으로 비쳐드는 빛줄기를 통해 어둠 위에 그 형상을 더욱 극적으로 드러낸다.
빛은 건축물 즉 인공적으로 만들어진 틀(그릇)을 거쳐 어두운 실내를 밝힌다.
그림자가 형상을 만드는 것이 아니라 빛에 의해 걷혀진 어둠이 십자가의 형상을 만들어낸다.

인간은 보통 자신의 눈높이에서 사물을 보고 이해한다. 그러므로 건축물처럼 인간의 시야 범위를 벗어나는 거대한 물체의 경우 일상적인 틀을 벗어나는 특징을 가지고 있다면 즉각적으로 인지하기가 어려울 수 있다.
건축공간의 평면이나 입면의 형태적 특징을 공간 내부에서 한 눈에 알아보기는 쉽지 않다. 따라서 그 실제하는 공간을 기하학적 형태로 평면에 표현하는 것이다.
그러나 눈높이에서 공간의 특징을 볼 수 없다고 해서 건축물의 조형학적 개성을 발견할 수 없는 것은 아니다. 전체 공간이 시야에 다 들어올 수 있도록 외부로 나가 거리를 조절함으로써 건물 전체를 조감할 수 있고 그렇게 공간의 내부와 외부를 오가며 전체와 부분을 이어나가다보면 충분히 건축가의 의도를 담은 공간의 형태적 특징을 파악할 수 있다고 생각한다.
채플에 들어온 방문자들 역시 외부에서부터 내부로, 다시 내부에서 외부로 거닐다보면 하늘에서 채플을 내려다 본 모습이 신을 뜻하는 문자 데오스의 모양을 투영한 볼륨이라는 것을 유추해낼 수도 있다.

채플 실내의 인공조명은 벽에 고정된 벤치 하부를 비추는 조명 외에는 없다.
건물 외부와 극단적일 정도로 차이가 많이 나는 조도때문에 공간에 들어온 방문객은 잠시 입구에서 머물러야만 한다. 그렇게 잠시의 시간이 지나 눈이 실내의 어스름함에 익숙해지는 순간 더욱 도드라지게 존재를 드러내는 빛의 십자가를 볼 수 있다.
그렇게 고요한 공간 속의 포근한 어둠에 적응된 방문객이 다시 외부로 나갈 때 두 눈 가득 쏟아지는 시리도록 밝은 햇빛은 채플 내에서 가졌던 일상과 분리된 고요를 떠나 다시 일상의 삶으로 돌아가는 길을 인도해주는 듯 하다.

숨소리 마저 크게 들려서 더욱 고요히 느껴지는 공간, 따스한 햇빛이 공간에 십자가를 그린다.